차량용 반도체 부족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

차량용 반도체는 전자기기용 반도체와는 달리 성능보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반도체입니다. 따라서 제조공정이 최첨단이 아닌 과거의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쉽사리 낡은 방식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늘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자동차가 전동화되고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되면 차량용 반도체도 최첨단 반도체가 사용될 것입니다. 

 

 

 

차량용 반도체란

차량용 반도체(사진: 언스플레쉬)

꼭 전기차가 아닌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량들에도 많은 전자부품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전자부품은 전력을 공급받아서 차량 내 다양한 기능과 장치를 제어하고 동작합니다. 그래픽 처리장치(GPU)는 각종 운행 정보를 데이터화합니다. 내비게이션에도 반도체가 들어가죠. 내비게이션을 무선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통신칩도 필요합니다. 또 차량 내의 전력을 제어하는 전력 반도체와 더불어 자동차의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유닛도 필요합니다.

 

2000년 대에만 하더라도 차량 내 전자부품의 비중은 20%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30%로 증가했죠. 앞으로 2030년까지 자동차 부품의 절반은 전자부품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다른 반도체와 다른 점은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다면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량을 늘려서 대응하면 될 텐데 왜 그게 잘 안 되는 걸까요. 차량용 반도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자기기나 서버용 반도체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자기기나 서버용 반도체는 성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더 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더 가벼우면서도 성능이 좋은 반도체를 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성을 중시합니다. 반도체가 오류를 일으켰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와 같은 기업들은 성능을 중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지금 부족한 반도체 부족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독보적인 1위 기업은 없지만 상위 5개 기업이 존재합니다. 세계 1위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21%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 NXP입니다. 독일의 인피니언이 19%를 차지해 2위이며, 일본의 르네사스가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스위스의 ST마이크로가 각각 14%, 1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원인은

 

1)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기업에 찾아온 악재

 

2020년 겨울, 미국 텍사스주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한파가 찾아와 전력난을 겪었습니다. 이 때문에 텍사스에 공장을 두고 있는 NXP와 인피니언의 공장이 가동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르네사스는 지진으로 인해 생산을 중단한 적이 있으며 얼마 뒤에는 화재로 인해서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2) 완성차 업체의 수요 예측 실패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을 예상하고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량이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800여 개의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반도체를 주문하면 생산을 거쳐 출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2020년에는 평균 13주가 소요되었고 부족난을 겪고 있는 현재는 2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주문을 연기했다가 다시 주문을 늘렸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제조 공정 자체가 20주 이상이 걸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공급이 바로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또 다른 원인이 된 것이죠.

 

 

3) 반도체 업체, 전자기기 반도체 생산에 초점

 

차량용 반도체가 이렇게 부족하니 기존의 반도체 기업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늘려서 공급을 늘리면 어떨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쉽사리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성능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은 최첨단을 요구하는 전자기기 반도체 생산라인보다 낡은 공정 방식입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굳이 과거에 쓰던 생산라인을 늘리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자동차도 점점 전동화되고 자율주행차량 개발이 진행되면서 점점 첨단 반도체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서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유지하고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다가 반도체는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한 공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늘리고 싶어도 반도체 생산장비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 생산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의 수는 더 적고 이런 장비는 대량생산이 부족합니다.

 

 

 

차량용 반도체의 앞으로는

자율주행 (사진: 언스플레쉬)

그동안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은 내연기관에 있었습니다. 얼마나 엔진을 잘 만드느냐가 관건이었죠. 하지만 이 내연기관은 배터리 기술로 바뀌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충전이 가능한지, 1회 충전당 주행거리는 얼마인지, 출력은 어떤지가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면서 자동차가 혼자서 주행하게 되면 얼마나 우수한 반도체를 거머쥐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완성차 기업이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죠.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하고 첨단 반도체 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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