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집과 업무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나른함, 무기력함, 집중력 저하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애당초 학업 공간, 사무공간을 분리한 이유는
분리의 원인은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을 효율적으로 교육하고, 생산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집단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연령을 기준으로 개인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동일한 등급의 개인을 한 교실에 모아서 교육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죠. 공통적인 목표와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사무공간에 모아서 경쟁, 협력을 시켜 생산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해 개인을 한 공간에 모으기가 어려워지면서 개인 입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등교시간이나 통근시간에 맞춰, 정해진 공간으로 이동해서, 주어진 목표 성취에만 힘쓰면 됐던 생활이 뒤집힌 것입니다. 성취해야 할 목표는 여전하지만 시간과 공간이 과거에 비해 유연하고 느슨하게 주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조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 명확한 목표설정하기
- 스케줄 계획하기
- To-do 리스트 작성하기
-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 과학적으로 증명된 여러 방법을 채택해서 집중력 늘리기
위의 내용들이 충분히 유효하고 이미 효과도 내고 있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해서 위와 같은 방식이 잘 맞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지지 않는 분들에게는 좀 더 상황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공간이 분리되었던 것은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제 공간을 분리하기가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입니다.
과거에 100%를 목표로 세웠고 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서 50-70% 정도만 목표에 반영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집과 학교, 학원을 오가며 20 페이지가 넘어가는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면 이제는 10 페이지에서 14 페이지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자습시간이 따로 주어지지도 않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경쟁상대, 협력상대도 없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20 페이지를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심리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이는 업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서 목표치를 기존의 50-70% 정도로 하향 조정
집이라는 공간 이해하기
학교는 공부, 직장은 일을 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반면 카페는 공부, 일 뿐만 아니라 여가를 보내고 휴식을 취하고 소통을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집은 카페보다도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복합 공간입니다. 수면, 휴식, 여가, 레저, 운동, 요리, 일, 공부, 소통, 문화 등 집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물며 집은 더더욱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운 공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90%가 시각적 정보인데 계속해서 눈에 보이는 침대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입니다.
따라서 집이라는 환경에서 마치 학교나 직장에 있는 것처럼 공부 만을 위한 목표, 업무 만을 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복합적인 공간인 집에 맞게 복합적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 요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오늘 하루 어떤 음식을 만들어 볼지 목표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그 요리를 하기 위해서 레시피도 공부해야 하고 재료도 장만해야 하죠. 이 모든 과정이 목표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 운동을 좋아하신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 목록을 작성해보고 하루하루 일정한 시간을 운동에 할당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TV 보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시간을 알아보고 이를 하루 계획에 반영하시길 추천합니다. TV를 안 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TV만 보면서 하루를 다 보내버린 경험이 아마 있으실 겁니다. 차라리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꼭 시청하면서 해소하는 것이 더 건전한 선택입니다.
-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TV와 마찬가지로 하루 계획에 게임도 포함해보세요.
- 낮에 계속 졸음이 온다면 낮잠 시간을 계획하는 것도 좋습니다.
- 소통에 목말라 계신가요. 친구나 연인, 가족과 정기적인 통화를 목표에 포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항상 타인과 소통하잖아요.
위의 예시들의 공통점은 결국 우리가 평소에 낭비이고 소비적이라고 생각했던 활동들까지 하루 계획에 포함하는 것입니다. 학교나 직장에서는 모든 것을 잊고 한, 두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집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모든 활동들을 받아들여 하루 계획에 균형 있게 분배하는 것이 지루함을 없애고 꾸준함을 유지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고정관념 깨고 맞춤형 계획 세워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식사시간은 1시간 내외로 줄이고, 낮잠 자는 것은 죄악시되고, 운동은 꼭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만 하는 것이 과연 진리일까요. 과거에는 이러한 규칙들이 우리의 생산성을 향상해주는 비법이었지만, 반대의 상황에서는 타파해야 할 고정관념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여러 개 맞추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일어나지 못하게 된 날은 하루 종일 기분도 좋지 않고 의욕도 생기지 않습니다. 하루에 지루함을 더해버리는 이런 목표가 과연 건전한 목표일까요.
집에서 식사를 하려면 재료 장만, 요리, 섭취, 그리고 설거지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시간 내에 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시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배달음식에 의존하거나 식사를 대충 때우는 식으로 가게 돼버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운동은 출근 전, 퇴근 후에만 해야 할까요. 혹은 운동을 꼭 하루에 1회만 해야할까요. 또 운동을 시간을 꼭 정해놓고 해야할까요. 그냥 공부하다가, 일하다가 지루함이 폭발할 때마다 운동을 하면 안 될까요.
전에 안 하던 행동, 그동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현상황에 맞춰서 재정의해야 할 때입니다. 격변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도 격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내공간, 실외공간의 하이브리드화
방역수칙 잘 지키면서 실외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분전환을 위해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커피를 사 오기 위해 카페를 다녀오는 것도 좋습니다.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배달비를 아끼고자 직접 음식을 가지러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은 목적성을 가지고 실외 공간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예를 들어 읽기가 주가 되는 자료가 있다면 자료를 가지고 집 앞 공원에 나가서 딱 그 자료만 읽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 혹은 단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잠깐 노트북을 들고 근처 카페에 가서 그 작업만 마치고 다시 복귀하는 거죠.
- 오전에는 A카페, 점심 먹고 오후 느즈막 하게는 B카페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 차량이 있다면 괜히 주차장에 서 있는 차에 가서 한 가지 일을 끝내고 오는 것도 좋습니다.
- 바깥에서 운동하는 것도 너무 좋은 방법이죠.
결국 집에서 모든 것을 해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룸처럼 집의 규모가 작고 기능이 제한된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죠. 실내공간과 실외공간을 하이브리드 화해서 실외의 여러 공간들을 내 삶에 조금씩 포함시켜나가면서 이 위기상황을 타파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집과 학업 공간, 집과 업무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던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영구적인 변화로 굳어질지 혹은 일시적인 상태인지는 아직 확실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본인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방향성을 앞으로도 강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집이라는 공간에 갇혀 살게 될지, 아니면 집을 새로운 삶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이해하고 나아갈지 선택하는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집에서의 무기력함, 나른함, 피곤함, 집중력 저하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제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