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감상 후기(개인적인 감상 포인트, 약한 스포일러)

설 연휴 동안 넷플릭스의 신작 [지금 우리 학교는]을 시청했습니다. 여러 감상 후기들을 보고 개인적으로도 감상 후기를 써보고자 한 편 올려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더 조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들을 모았습니다.

 

 

1. 일그러진 부성애, 좀비 바이러스 기원

이병찬의 배우 김병철과 아들 역할을 맡은 배우 이민구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물 "이병찬"(배우: 김병철)은 작중 효산고등학교의 생명과학과목 교사이자 좀비 바이러스를 개발한 장본인입니다. 어떤 이유로 좀비 바이러스를 개발해서 영화 속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게 된 것일까요.

 

바이러스 개발의 동기는 학교폭력과 크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병찬의 아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 시작부터 옥상 위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그 장면에서의 피해자가 바로 이병찬의 아들이었던 것이죠.

 

이병찬 아들의 학교폭력은 오래동안 지속되어 왔던 것이었습니다. 학교폭력이 자행되고 피해자가 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경찰에 신고도 하고 학교 측에도 항의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담한 반응뿐이었습니다. 아들의 학교폭력은 단순한 친구들끼리 벌이는 장난이 되어버렸죠. 학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별로 내비치고 싶지 않았던 교장과 교직원들은 학교폭력 사태를 무마해버립니다. 작중 경찰 역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죠.

 

미국에서 교육받은 과학자이기도한 이병찬은 이런 상황에서 아들을 돕기 위해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연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드라마 속의 좀비 바이러스가 개발되게 된 것이죠.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효산이라는 작중의 시 하나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효산 고등학교의 학생들 뿐만 아니라 효산시 전체게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피해가 커지게 되죠. 반면 이병찬이 바이러스를 개발한 동기는 아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한 나름의 묘책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고 퍼뜨린 이병찬을 동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비난해야 할까요.

 

 

 

2. 이나연, 극단적인 상황에서 변질되는 엘리트 의식?

이나연 역의 배우 이유미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물 "이나연"(배우: 이유미)은 작중에서도 꽤 잘 사는 집안 출신으로 등장합니다. 이나연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단지 거주민이 아닌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교시간의 '효산고등학교' 학생들은 등교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무단출입하여 통과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2학년 5반 출신인 이나연은 평상시에는 조금 까다로운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친구들과 일상생활을 지내는 데는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학교 성적이 높은 반장과는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만 '한경수'와 같은 남학생은 근처에만 있어도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좀비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이나연의 역할은 극적으로 변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생사를 갈라놓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이나연의 평소 엘리트의식은 폭발하죠. 친구들과 협력해서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보다는 본인의 안위에 더 신경쓰며 주변사람들을 무시하고 업신여기기 시작합니다. 이런 나연의 태도 변화에 학급 친구들도, 심지어 선생님 마저도 크게 짜증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죠.

 

나연은 결국 작중에서 큰 사건을 일으키죠. 학급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과 질책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리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나연이 저지른 사건은 이후 좀비사태가 끝나더라도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동기가 나연 개인의 엘리트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큰 죄라고 생각됩니다.

 

평상시에는 큰 무리 없이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나연이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자 영화 속에서 최악의 사건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어 버립니다. 영화 속에서 좀 더 극단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있지만 과도한 엘리트 의식은 우리 삶 속에서도 항상 반갑지 않은 상황을 연출하는 것 같습니다.

 

 

 

3. 좀비 사태가 차라리 희망이었던 자들

은지 역의 배우 오혜수와 철수 역의 배우 안지호

앞의 이병찬의 아들과 친구였던 인물이 2명 더 있습니다. "민은지"(배우:오혜수)와 "김철수"(배우: 안지호)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병찬의 아들이 사라진 후에도 은지와 철수에 대한 학교폭력은 지속됩니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폭력에 시달리던 은지는 작중 자살을 결심하고 옥상 난간에 서게 됩니다. 철수는 그런 은지를 발견하고 막아서게 되죠.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한 은지와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겪고 있던 철수는 옥상에서 좀비 사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현실이라는 지옥을 탈출하려는 찰나 현실이 좀비 지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은지와 철수는 옥상에서 운동장의 좀비들을 바라봅니다. 자신들을 괴롭히고 학대했던 학생들이 괴상망측한 좀비가 되어 서성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신들이 못했던 복수를 오히려 세상이 해준 셈이죠. 이들에게 좀비 사태는 차라리 희망이었습니다.

 

물론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은지와 철수는 모종의 이유로 각자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은지는 학교 건물을 가득 채운 좀비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체 상태의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죠. 학교폭력의 여파는 여전히 은지에게 드리워지고 있었습니다.

 

철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의 폭력의 경험은 철수를 나약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렸죠. 작중 철수 역시 큰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여럿 찾아옵니다. 무기력함에 빠진 채 세상을 증오하게 돼버린 철수는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요. 그 선택에 대해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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