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정말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기차 자체는 괜찮을 지라도 충전인프라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지금 사도 과연 괜찮은 것일까요.
전기차 충전소를 주유소만큼 설치하면 될까
대한민국에는 11,402 개소의 주유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주유소에는 적어도 2기 이상의 주유기가 설치되어 있을 테니 실제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유할 수 있는 포인트는 훨씬 더 많습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12,000여 개소까지 늘리기 위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1개소에도 여러 개의 충전기가 설치될 것이므로 실제 충전기의 개수는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와 주유소를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따릅니다.
주유시간 vs. 충전시간
주유소 1개소에 주유기가 4개 정도만 있어도 문제가 없는 이유는 주유시간이 몇 분 정도로 짧아서 충분한 회전율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1대가 주유하는데 10분이 걸린다고 가정해보면 주유기 4기(주유소 1개소)가 1시간 동안 감당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는 대략 24대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 계산)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의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DC 전류를 이용하는 급속충전기가 가장 빠르게 충전하는 속도도 최소 20분 이상은 걸리기 때문입니다. 특수한 충전 속도를 제외한다면 급속충전기에서는 평균적으로 30-4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위의 상황과 비슷하게 충전기 4기가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1개소에서 감당할 수 있는 차량의 대수는 10대도 채 되지 않는 셈이죠.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전기차 충전 형태는
집과 직장에서 충전하기
많은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저렴하며, 편리한 전기차 충전 형태는 바로 집과 직장에서 충전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완속충전기를 사용하는 경우 충전에 수시간이 소요 (전기차 배터리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완속충전기가 권장됨)
- 통학이나 출퇴근처럼 짧은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 (이들에게 고속도로 휴게소, 대형마트 주차장의 충전소는 접근성이 좋다고 볼 수 없음)
- 공공 충전소로 이동하더라도 충전시간 동안 할 일을 찾아야 함 (최소 20분에서 최대 수시간 시간이 소요됨)
- 집과 직장에서 충전이 가능해야 전기차를 몰면서 충전 스트레스와 부담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음 (만약 배터리가 20% 이하인 상황에서 집에 도착했는데 충전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이는 곧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
최악의 상황은...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왔는데 배터리가 애매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날 출근과 퇴근을 하기에는 애매하고 또 야간에 방전될 위험도 남아있죠. 그래서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충전소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충전소의 모든 충전기에 이미 다른 전기차들이 충전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각의 차량들이 언제 충전을 마칠지 알 수 없으며 차주인들도 사라진 상황이죠. 어떤 차량 주인들은 다음날 아침에야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모든 차량 주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기도 애매하죠. 이대로 집에 복귀한다면 아까보다도 부족한 배터리로 다음날을 버텨야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전기차 충전소를 집과 직장에 설치하기 위한 노력
정부는 내년(2022년)부터 신축 아파트와 기존의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입법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체 주차면의 5%(현재는 0.5%만 의무)를, 기존의 아파트는 주차면의 2%(현재 따로 의무할당량 없음)를 전기차 충전소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더 많은 충전소가 설치되는 것은 물론 고무적인 일입니다.
또 직장에서의 충전소 설치를 장려하기 위해서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에 더해서 정부출연 연구기관, 지자체 출자 및 출연기관 역시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대중에게 개방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공공 전기차 충전소 설치, 공공기관 충전소 설치, 공공기관과 관련된 각종 기관들에 의무 부여, 거주공간에 충전소 설치 의무화 등의 노력을 통해 공공에 의한 전기차 충전소 설치는 이제 막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민간의 희생과 도움이 없다면 발전 속도는 여전히 더디기만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민간부문에서도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를 대폭 구매하고 자체적인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혹은 충전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으로 친환경차량 구매를 의무화하여 대기업에서도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죠.
또 물류, 운송, 교통사업자에게도 친환경차 구매 의무화를 통해 친환경차가 자연스럽게 전국적으로 보급되는 추세를 자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도기를 지나
하지만 입법이 되고 실제 충전소가 갖춰지고 전기차 구매가 의무화되기까지는 아직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입니다. 올해 입법한 내용을 가지고 내년까지 충전소를 갖추라고 할 수도 없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집 근처 혹은 직장 근처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경우, 혹은 단독주택 형태로 집을 가지고 있거나 자체 차고지가 있어서 충전기를 자체 설치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전기차는 친환경을 실천하면서 시대를 앞서 나가는 상징으로서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직은 과도기적 시기이므로 조금은 더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전기차 충전소가 충분히 늘어날 때까지, 지금은 하이브리드 카가 대세
전기차(제네시스 G80, GV60), 집과 회사에서 충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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