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빅테크 자이언트,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이고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네이버와 카카오. 최근 금융업에의 진출에 제약이 걸리고 또 앞으로 어떤 부문에 타격이 있을지 예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빅테크(big tech)와 플랫폼(platform)
용어 정리를 아주 빠르고 간략하게 해보겠습니다.
빅테크 기업
전통적으로 기업이라면 당연히 어떤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으로 제조해서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합니다. 동네 대형마트에 가보면 온갖 식재료부터 시작해서 각양각색의 가공식품, 주방용품, 욕실용품, 사무용품, 차량용품, 전자제품이 팔리고 있고 이러한 제품들은 크고 작은 기업들이 개발하고 제조하는 것이죠.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배달, 세탁, 차량렌트, 책 대여, 컴퓨터 수리 등과 같은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춰서 판매하는 것이죠.
빅테크는 위의 전통적인 기업들과는 결을 달리합니다. 전에 없던 강력한 기술(주로 IT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입니다. 이 인터넷 기반의 공간에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들(개인 혹은 기업)을 참여하게 해서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글로벌한 빅테크 기업으로는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등이 있습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을 살펴보면 자사의 강력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 세상에 저마다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 공간 안에서 그야말로 하고 싶은 사업은 다 하는 기업들이죠.
플랫폼 기업
플랫폼 기업이라는 말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어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다른 곳보다 높게 솟아있는 땅(raised ground)를 의미하는 데요. IT 업계에서는 특정 프로그램, 소프트웨어가 저마다의 규칙과 방식을 가지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회로판(?)을 플랫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IT 기업들이 성장하는 시대다보니 이 플랫폼이라는 말이 함께 부상해서 플랫폼 기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공간'을 '플랫폼'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저마다 고유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며 이 플랫폼 위에서 사업을 합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이 아니더라도 플랫폼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위에서 자신의 사업을 하고 다른 참여자를 끌어와서 사업을 하게 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해서 그 기업이 곧 빅테크인 것은 아닙니다.
'국내' 양대 빅테크 자이언트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빅테크 기업입니다. '국내'가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은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유사하면서도 그 규모나 의존하고 있는 시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 이 둘은 '국내'라는 타이틀이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글로벌 빅테크로 불리길 바랍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네이버와 카카오도 기본적으로는 빅테크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즉 자사의 강력한 IT 기술을 보유하면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들이죠. 네이버는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이고 카카오는 대표 메신저이죠.
각각 대표 포털사이트와 메신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 이들 서비스에 계정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어떤 사업을 해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사람의 이동이 많은 서울 중심가 내의 지하철역 근처의 가게들은 장사가 잘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죠.
어떤 사업을 해도 잘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야말로 여기저기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문어발식 확장이라고도 부릅니다. 그 중에서 특히 '금융업'에도 손길을 뻗었고 이것이 이번에 문제가 된 것입니다.
금융업에도 한걸음씩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에서 타 금융사의 펀드나 연금과 같은 금융상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비교 페이지를 만들어서 제공했으며, 네이버는 네이버 파이낸셜에서 배너의 형태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죠.
이러한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가 '단순 광고' 형태로 기능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금융상품 광고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금융위원회에서는 특히 카카오의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가 단순 광고를 넘어서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구입을 유도하는 '투자 중개 행위'라고 보게 되었습니다.
중개 행위, 즉 중간에 개입한다는 것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중개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자격을 갖춰야 하죠. 부동산 중개업을 하기 위해서, 금융상품 중개를 하기위해서, 우리의 인생을 중개하는 선생님과 같은 교육자가 되기 위해서도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자격증 없이 중개를 하는 건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마구잡이로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권유를 하는 것이니 신빙성이 없고 위험할 수 있죠. 카카오 페이의 금융상품비교도 이 부분에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산 넘어 산
관련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카카오는 이제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금융상품 판매 및 대리 중개업자로 등록을 해야하는 것인데요. 여기서 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 대한민국 법률 제도 안에 카카오 페이와 같은 기업이 중개업자로 등록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광고 배너의 형태로 금융상품을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금융위원회에서는 네이버의 광고배너 형식은 '단순 광고'로 인정을 했죠. 네이버는 사실상 이번 금융제재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의 주가가 카카오보다 덜 하락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네이버의 배너광고 모델을 따라가는 것 외에 마땅한 돌파구가 현재로서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배너광고 모델을 따라갔을 때 카카오의 매출이 과거만큼 나올지도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국내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으로의 진출에 약간의 제재가 걸린 상황입니다. 여기에서 좀 더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바로 '빅테크 규제'라고 하는 전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빅테크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서 하고 싶은 사업을 모두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제도 많았습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문제, 독과점 형성과 불공정거래 가능성 문제 등이죠. 그러다보니 미국과 유럽, 심지어 중국마저도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한국은 오히려 이러한 규제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초로 구글과 애플의 인앱(In-app) 결제를 금지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기도 하죠. 이러한 가운데 국내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앞으로 어떤 제재가 가해질 지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단기적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낮아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와 제재들로 새로운 법률이 마련되고 체재가 갖춰지면서 더 건전하고 안전한 조건이 마련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안정적으로 마음놓고 이들 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점에서 주가는 꾸준히 상승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혹시 주식 투자를 고려하신다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이번 고비를 잘 넘기고 앞으로 글로벌하게도 잘 성장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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